유선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전송 매체(구리선, 광섬유 등)가 물리적으로 격리되어 있어 신호의 감쇄가 적고 충돌 감지가 명확합니다. 반면, 무선 네트워크는 개방된 공기를 매체로 공유하므로 신호 감쇄, 다중 경로 간섭, 그리고 전송 거리의 제한으로 인한 독특한 물리적 현상들이 발생합니다.
본 장에서는 공유 무선 매체의 자원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발전해 온 ALOHAnet, CSMA/CA, 그리고 전 세계 표준인 IEEE 802.11(Wi-Fi) 기술의 심층 메커니즘과 핵심 프로토콜 구조를 분석합니다.
1. ALOHAnet: 임의 접속(Random Access)의 효시와 수학적 모델
1970년대 하와이 대학교의 노먼 에이브람슨(Norman Abramson) 교수가 개발한 ALOHAnet은 지리적으로 단절된 섬들 간의 데이터 통신을 위해 중앙 컴퓨터와 단말 시스템을 무선 주파수로 연결한 최초의 패킷 교환 무선 네트워크입니다. 현대 대다수 무선 경쟁 기반 프로토콜의 이론적 모태가 됩니다.
1) PureALOHA의 메커니즘과 한계
Pure ALOHA는 완전히 중앙 통제가 없는 지극히 단순한 임의 접속(Random Access) 방식을 취합니다.
- 동작 원리: 송신 노드는 데이터 패킷이 생성되면 채널의 상태(사용 중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즉시 전송을 수행합니다.
- 충돌 회피 및 재전송: 패킷을 전송한 노드는 제한 시간(Timeout) 내에 수신측으로부터 ACK(Acknowledgment) 프레임이 도착하는지 확인합니다. 만약 ACK가 도착하지 않으면 데이터 충돌(Collision)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 이진 백오프의 원형: 충돌을 인지한 노드들이 동시에 재전송을 시도하면 재충돌이 발생하므로, 각 노드는 임의의 무작위 시간(Random Delay) 동안 대기한 후 패킷을 재전송합니다.
💡 기술 심층: 취약 시간(Vulnerable Time)과 처리율(Throughput)
패킷의 전송 시간을 T 라고 할 때, 하나의 패킷이 충돌 없이 안전하게 전송되기 위해서는 해당 패킷 전송 시작 전 T 시간부터 전송이 끝나는 시점까지 다른 어떤 노드도 패킷을 전송하지 않아야 합니다. 따라서 Pure ALOHA의 취약 시간(Vulnerable Time)은 2T가 됩니다.
네트워크 전체의 평균 패킷 발생률을 G (시도된 총 트래픽)라고 할 때, 충돌 없이 전송에 성공할 확률은 포아송 분포를 따르며, 채널 처리율 G는 다음과 같은 수식으로 정의됩니다.
S = G•e^{-2G}이 함수가 최댓값을 갖는 지점은 G=0.5 일 때이며, 이때의 최대 채널 처리율은 약 18.4%에 불과합니다. 즉, 전체 무선 대역폭의 80% 이상이 충돌로 인해 낭비됨을 의미합니다.
2) Slotted ALOHA (슬롯 알로하)의 시간 동기화
Pure ALOHA의 극심한 채널 낭비를 개선하기 위해 1972년 로버트 메칼프(Robert Metcalfe) 등은 시간을 일정한 크기의 시간 슬롯(Time Slot, 길이 T)으로 분할하는 Slotted ALOHA를 제안합니다.
- 동작 원리: 모든 노드는 중앙 클록 신호에 의해 엄격하게 시간 동기화가 이루어집니다. 패킷이 언제 발생하든 상관없이, 전송은 반드시 다음 시간 슬롯의 시작점(Slot Boundary)에서만 실행될 수 있습니다.
- 개선점: 이로 인해 패킷의 일부분만 겹쳐서 전체 데이터가 손실되는 '부분 충돌(Partial Collision)'이 완전히 배제됩니다. 오직 동일한 슬롯 시작점에 두 개 이상의 노드가 동시에 진입할 때만 충돌이 발생합니다.
💡 기술 심층: 슬롯 알로하의 수학적 개선
Slotted ALOHA의 경우, 다른 패킷이 전송 중인 해당 슬롯 안에서만 충돌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취약 시간은 T로 줄어듭니다. 이에 따른 처리율 S는 다음과 같습니다.
S = G•e^{-G}이 함수는 G=1 일 때 최댓값을 가지며, 최대 채널 처리율은 약 36.8%로 Pure ALOHA 대비 정확히 2배 향상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63.2%의 대역폭 낭비가 존재하여 대규모 무선 자원 관리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2. CSMA/CA: 무선 환경을 위한 충돌 회피 알고리즘
ALOHA의 무분별한 전송 방식에서 탈피하여, 유선 이더넷(IEEE 802.3)에서 성공을 거둔 CSMA(Carrier Sense Multiple Access) 개념이 무선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전송 전 채널을 먼저 감지하는 LBT(Listen Before Talk) 철학의 시작입니다.
1) 왜 무선에서는 CSMA/CD를 사용할 수 없는가?
유선 이더넷은 충돌을 감지하는 CSMA/CD(Collision Detection)를 사용하지만, 무선 LAN 환경에서는 다음 두 가지 치명적인 물리적 한계 때문에 CD(충돌 감지)가 불가능합니다.
- 자가 신호 감쇄 (Self-Attenuation): 안테나에서 신호를 방출할 때, 송신 노드 자신의 송신 신호 강도가 안테나로 되돌아오는 다른 노드의 수신 신호 강도보다 수만~수십만 배 강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송신하는 중에는 외부의 충돌 신호를 물리적으로 감지할 수 없습니다.
- 숨겨진 노드 문제 (Hidden Node Problem): 송신 노드의 전파 도달 범위 밖에 있는 제3의 노드가 데이터를 전송하여 수신 노드 측에서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송신 노드는 이를 전혀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무선 통신에서는 충돌을 감지(Detection)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충돌을 최대한 회피(Avoidance)하는 CSMA/CA 메커니즘을 정립하게 됩니다.
2) CSMA/CA의 3단계 충돌 회피 매커니즘
![]() |
![]() |
![]() |
CSMA/CA는 정교한 타이머와 가상 감지 기법을 융합하여 채널 경쟁을 제어합니다.
① 1단계: IFS (Inter-Frame Space)를 통한 우선순위 제어
채널이 비어있는(Idle) 상태가 되더라도, 무선 노드들은 즉시 전송하지 못하고 프레임의 성격에 따라 규정된 최소 대기 시간인 IFS 동안 대기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MAC 계층 수준에서 프레임 간의 우선순위를 부여합니다.
- SIFS (Short IFS): 가장 짧은 대기 시간으로 최고 우선순위를 가집니다. ACK, CTS 프레임 등 즉각적인 흐름 제어 응답에 적용되어 다른 노드가 채널을 가로채기 전에 먼저 전송할 수 있도록 보장합니다.
- DIFS (Distributed IFS): 일반적인 비동기 데이터 프레임을 전송하기 위해 모든 노드가 기본적으로 대기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 EIFS (Extended IFS): 이전 프레임 전송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다른 노드들에게 충분한 동기화 리커버리 시간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긴 대기 시간입니다.
② 2단계: 이진 백오프 (Binary Exponential Backoff)와 Contention Window
DIFS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러 노드가 동시에 전송을 시작하면 충돌이 발생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임의의 난수 대기 시간을 도입합니다.
- 각 노드는 [0, CW] 범위 내에서 임의의 정수(슬롯 카운터)를 무작위로 선택합니다. 여기서 CW는 경쟁 윈도우(Contention Window)입니다.
- 채널이 Idle 상태인 동안에는 매 슬롯 타임(Slot Time)마다 이 카운터를 1씩 감소(Count Down)시킵니다.
- 카운트다운 도중 다른 노드가 채널을 점유하면, 즉시 카운트다운을 중지하고 타이머를 동결(Freeze)합니다.
- 다른 노드의 전송이 끝나고 다시 DIFS만큼 시간이 흐르면, 동결되었던 남은 카운트 값부터 다시 다운을 시작합니다. 카운터가 0에 도달한 노드가 비로소 채널 점유권을 획득하고 프레임을 전송합니다.
- CW의 가변성: 초기 CW는 CW_min에서 시작하지만, 전송 실패(충돌)가 발생할 때마다 CW 크기를 2배씩 지수적으로 증가(CW_max까지)시켜 다음 경쟁 시 충돌 확률을 낮춥니다. 전송에 성공하면 다시 CW_min으로 초기화됩니다.
③ 3단계: 가상 캐리어 감지(Virtual Carrier Sensing)와 RTS/CTS 프로토콜
![]() |
![]() |
![]() |
물리적 안테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적으로 채널 점유를 감지하는 기법입니다. 무선망의 오랜 난제인 두 가지 물리 현상을 해결합니다.
- 숨겨진 노드 문제 (Hidden Node Problem): 기지국(AP)을 중심으로 양쪽에 위치한 노드 A와 B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AP에게 동시에 데이터를 보내 충돌이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 노출된 노드 문제 (Exposed Node Problem): 노드 B가 노드 A와 통신 중일 때, B의 전파 범위 내에 있는 노드 C가 D에게 데이터를 보내고 싶어도 B의 신호를 감지하여 채널이 사용 중이라 오판하고 전송을 포기하는 대역폭 낭비 현상입니다.
이 문제를 완전하게 제어하기 위해 RTS/CTS 핸드셰이킹 기법을 도입합니다.
[송신 노드] ------------ RTS (Request to Send) -----------> [수신 노드 (AP)]
[송신 노드] <------------ CTS (Clear to Send) ------------ [수신 노드 (AP)]
|
주변 모든 노드에게 브로드캐스트
(NAV 설정 유도 -> 침묵)
- RTS (Request to Send): 송신 노드는 데이터 전송 전, 수신 노드(AP)에게 전송 시간 정보가 포함된 제어 프레임을 전송합니다.
- CTS (Clear to Send): 수신 노드(AP)는 RTS를 정상 수신하면 주변의 모든 노드가 들을 수 있도록 허가 프레임(CTS)을 브로드캐스팅합니다.
- NAV (Network Allocation Vector): CTS를 수신한 주변의 모든 노드(숨겨진 노드 포함)는 프레임 내에 명시된 시간 동안 채널이 사용 중이라고 판단하는 NAV 타이머를 구동하여 물리적 감지 결과와 관계없이 전송을 완전히 중단(침묵)합니다.
3. IEEE 802.11: 무선 LAN(Wi-Fi)의 표준 아키텍처 및 진화
IEEE 802.11 규격은 OSI 7계층 모델 중 물리 계층(PHY)과 데이터 링크 계층의 MAC 부계층을 정의하는 표준 기술입니다. 흔히 사용하는 Wi-Fi는 이 표준을 준수하는 제품 간의 상호 호환성을 인증하는 브랜드명입니다.
1) 802.11 MAC 계층의 이중 작동 모드
- DCF (Distributed Coordination Function): CSMA/CA 기반의 분산 제어 방식입니다. 중앙의 통제 없이 모든 노드가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여 채널을 획득하며, 모든 Wi-Fi 제품의 필수 기본 모드입니다.
- PCF (Point Coordination Function): 중앙의 AP가 마스터가 되어 각 노드에게 순서대로 기회를 부여하는 폴링(Polling) 기반의 비경쟁 방식입니다. 실시간 비디오/음성 처리를 위해 설계되었으나 구현 복잡성으로 인해 현대 규격에서는 스케줄링 기반 기술로 대체되었습니다.
2) 802.11 표준의 세대별 도약과 핵심 실무 기술
802.11 표준은 주파수 가용성과 안테나 제어 기술을 극대화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 802.11n (Wi-Fi 4): MIMO 도입
- 여러 개의 안테나를 동시에 사용하여 다중 데이터 스트림을 전송하는 공간 다중화(Spatial Multiplexing)와 채널 본딩(Channel Bonding)을 도입하여 최대 600Mbps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 802.11ac (Wi-Fi 5): 다운링크 공간 분할
- 안테나의 빔포밍(Beamforming) 기술을 활용해 하나의 AP가 동시에 여러 단말기에게 독립 패킷을 전송하는 MU-MIMO(Multi-User MIMO)를 도입했습니다.
- 802.11ax (Wi-Fi 6 / 6E): 밀집 환경(High-Density) 최적화
- 기존 OFDM의 점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파수를 자원 단위(RU)로 쪼개어 동시 대규모 접속을 지원하는 OFDMA(직교 주파수 분할 다중 접속)를 채택했습니다. 무작위 백오프 경쟁 오버헤드를 줄이고, 주파수 간섭 식별을 위한 BSS Coloring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 802.11be (Wi-Fi 7): 초고속·초저지연의 완성
- 2.4GHz, 5GHz, 6GHz 대역을 결합하여 멀티 트랙으로 송수신하는 MLO(Multi-Link Operation)와 4096-QAM 초고밀도 변조 방식을 결합하여 대기 시간을 유선 LAN 수준으로 하락시켰습니다.
4. 핵심 기술 총비교
| 비교 항목 | Pure ALOHA | Slotted ALOHA | CSMA/CA (802.11 DCF) | OFDMA (802.11ax 이후) |
| 기반 철학 | 제어 없음 (발생 즉시 전송) | 시간 슬롯 동기화 후 전송 | LBT (보내기 전 청취 및 회피) | 스케줄링 기반 다중 접속 |
| 물리적 감지 | 없음 (감지 불가능) | 없음 (감지 불가능) | 수행함 (Carrier Detection) | AP가 동기화 프레임 통제 |
| 가상 감지(NAV) | 없음 | 없음 | 있음 (RTS/CTS 핸드셰이킹) | 스케줄링 체계로 고도화 |
| 최대 이론 처리율 | 약 18.4% | 약 36.8% | 환경에 따라 가변 (~70%) | 경쟁 배제로 90% 이상 효율화 |
| 실무적 위상 | 무선 패킷 네트워크의 모태 | 위성 통신 및 이더넷의 원형 | 현대 Wi-Fi 하위 호환의 기본 |
'네트워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네트워크]EDNS Client Subnet (ECS) (0) | 2026.05.31 |
|---|---|
| [네트워크]SNI(Server Name Indication) 필드 차단이란? (1) | 2026.05.31 |
| [네트워크]Wi-Fi 7의 핵심 기술 정리: 차세대 무선 통신 표준 (0) | 2026.04.15 |
| [네트워크]ECMP(Equal-Cost Multi-Path)의 원리와 부하 분산 알고리즘 (0) | 2026.04.06 |
| [네트워크]수리카타룰 (0) | 2026.04.01 |





